준이는 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못하고 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.
그렇게 좋아하는 토끼 인형을 "토끼"라고 못 불러 아직도 토끼를 찾을 때면 깡충깡충 흉내를 내기도 하고
벌써 동그라미 얼굴에 눈, 코, 입을 그려 넣어 그럴싸한 사람 얼굴을 그리기도 한다.
혼자 바지를 입겠다면 두 다리를 바지 자락 하나에 욱여넣기도 하고
전에 읽었던 책을 대충 읽어주면 대번에 눈치채 나를 닦달하기도 한다.
벌써 수백 번을 들었을 기린, 코끼리, 오리는 말 못 해도 뭐 달라는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 한다.
뻔한 건 재미없지. 내일 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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