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. 손이 바삐 움직이는 만큼 머릿속은 정지상태가 된다. 명상이 별건가 무념무상인 지금이 나의 명상시간이다.
가끔 인생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. 아무리 열심히 발장구를 쳐도 제자리인 것만 같을 때. 팔이 빠져라 허공을 갈라도 헛스윙만 이어질 때.
나무를 심어도 열매를 맺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인생이야 오죽할까. 내가 뿌린 씨앗도 어디선가 꿈틀대며 제 몫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텐데 나는 늘 성급하게 바라고 조급하게 실망해버린다. 이제는 좀 안 그럴 때도 됐건만. 그래서 바느질을 한다. 시시각각 작은 한 땀들이 모여 무언가 완성되가는 과정이 위로가 된다.
그만할까 말까 고민할 새도 없이 시간도 잘 간다. 손이 잡히지 않는 희망 대신 내 손에 딱 잡히는 따뜻한 위로를 완성한다. 내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은 인형들이 올망졸망 내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.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인형처럼 언젠가 내 삶의 결실들도 옹기종기 방 한구석에 모일 날도 오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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