초중고 그 긴 시간 동안 내 취미는 유일했다. 만화책 보기! 만화책 대여점은 VVIP였던 나는 내공이 쌓이면서 만화책 수집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.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만화책만 잡고 있으니 부모님께는 얼마나 눈엣가시였을까.
수능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 (신간 만화를 가장 먼저 보고 싶어 꿈꿨던) 월간 만화잡지 에디터의 꿈을 접고 조금 더 현실적인(취업 잘 되는) 꿈을 꾸기 시작했다.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만화책을 덮고 공부할 수밖에. 대학에 가면 매일 만화책을 보리라 다짐했지만 웬걸 대학생이 되니 만화책보다 재밌는 게 참 많네.
그렇게 만화책을 잊고 산지 10여 년 만에 슬금슬금 만화 흉내 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이것도 참 요지경인 일이다. 그 시절 열심히 만화책을 보며 쌓았던 내공이 이제 좀 쓸모가 있다. 역시 뭐든 해두면 좋다. 인생에 백해무익은 없나 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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